[유범진 칼럼] 맹모삼천지교? 어린이들이 놀 곳이 없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맹자 어머니의 교육환경을 위한 모정을 뜻하는 것인데 과연 우리 교육 환경은 어떠한가?
6월1일은 국제아동일(International Children Day), 5월5일은 한국과 일본의 어린이날이다.
현재 우리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과 선행 학습, 학습지에 묻혀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시간도 장소도 마땅치 않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 근처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는 약 2만5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는 오후 2~6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학년(1~3학년)이 안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장소와 방법은 없을까?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지역에 따라 노는 장소도 차이가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위원회가 지난 어린이날을 앞두고 실시한 ‘2024년 어린이의 삶과 또래놀이 실태조사’에 의하면 도시 지역은 주로 '동네 놀이터'(40.9%)를 이용하고 있고, 농어촌 지역은 '학교 운동장'(43.1%)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서 특이한 점은 도시 어린이들의 경우 집 근처에 있는 넓고 안전한 학교 운동장보다 공간적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협소한 동네 놀이터를 즐겨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교 운동장을 놔두고 어린이들이 동네 놀이터를 찾는 이유는 무슨 까닭일까.
초, 중등 교육법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학교 교육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학교장의 결정에 따라 학교시설을 이용할 수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학생들의 고함소리로 시끌벅적했던 학교는 학생들이 귀가하는 순간 교문은 굳게 닫혀지고 운동장은
절간처럼 고요해진다.
안전사고에 대한 학교장의 걱정이 빚어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교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하교 후
운동장 개방을 불허하는 학교장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운동장 사용을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놀이도 권리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교 보안관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권하고 싶다.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선행 학습 등 공부에 매몰된 교육 시스템에 문제도 있지만 우선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체육과 출신으로 중학교에서 두번이나 교장으로 역임하고 퇴임한 모 교장은 손자들이 하교 후 갈 곳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 서울시교육청에 운동장 개방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학교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그가 진정서를 제출했다는 것은 안전사고 예방에 못지 않게 어린이들의 놀이 권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맹모삼천지교’가 아니더라도 어린 아이들을 위한 교육청의 탄력 있는 운동장의 개방을 비롯한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시스템 조성을 기대해 본다.